법조인(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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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관한 추억1
형사합의부장을 끝으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였다. 교도소 접견을 갔더니, 교도관이 어느 형확정자가 접견을 꼭 희망한단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만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사형 확정자, 그것도 내가 판사 마지막 무렵 선고하고 온 확정자였다. 그래,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못 면하였느냐고 하니, 아예 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유를 물어보자, 판사님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낭패감! 왜 나를 만나보려 하였나고 하니, 그저 가까이서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다며, 편안한 웃음을 웃고 있다. 후임자에 미루는 것은 미안한 일로 여겨져 굳이 서둘러 선고를 하였는데, 이렇게 만나보니, 내 판단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3.05.24 -
사형에 관한 추억2
이미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자였다. 그런데 추가 기소 죄명 역시 강도살인. 그 내용 또한 매우 흉칙하여, 도박판에서 돈을 잃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유인하여 약을 태운 음료수를 먹이고, 도끼로 머리를 ... 그러면서 연신 탄원서를 낸다. 목숨이란게 왜 이리 모진 것인지, 자신은 죽어 마땅하고, 당연히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러하지 못하니, 판사님이 꼭 사형선고를 내려달란다. 합의부원 3명은 이 사건 심리를 시작할 무렵 수시로 사형제도가 과연 정당한지 등 철학적이고 보다 근원적인 의견을 주고받았다. 모두 사형제도는 반대! 드디어 위 사건 합의에 이르러, 서로 토론없이 각자 의견을 종이에 적어 내고, 그 결과에 무조건 따르기로 하였다. 결과는 각자의 인생관과 무관하게, 법률가의 입장..
2023.05.24 -
사형에 관한 추억3
그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검사의 항소. 그는 일부 부인하지만 적어도 5명 이상의 사람을 죽였다. 피해자들은 모두 노인네. 자신의 감호소 시절 받은 부당한 대우를 세상에 알리려니 세상이 주목하는 일을 저질러야 된다고 판단했단다. 그렇지만 먼길 가야하는 젊은 사람을 희생시킬 수는 없어 얼마남지 않은 노인들을 선택하였단다. 거의 대부분 태워죽이는 방식. 아무리 동기를 참작해도 방법과 피해자 수를 고려하면 사형이 정답으로 보였다. 1심 판사를 원망하며, 결국 검사 항소를 받아들였다. 1심은 국선변호사이었는데, 항소심은 사선. 그래서 항소심 변호사 사무실은 난리가 났다는 후문담을 들었다.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어느 날 신문에 사형집행되었다는 기사가 났다. 바로 그날 하필이면 서울 출장이라 서울 법..
2023.05.24 -
한호형 변호사
지난 토요일 연수원 동기 한 변호사가 그예 먼길을 떠났다. 언젠가 가야할 길이지만 못내 아쉬움이 드는 것은 그와의 기억 하나하나가 오로지 좋은 것 뿐인 때문이리라. 선뜻 먼거리 문상을 나섰던 것도 그냥 보내기엔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그렇게 길지 않은 세월이면 우리 동기들도 가야할 길이기에, 먼저 가신 그대 좋은 세상에서 기다리며, 우리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세.(2018.2.12.)
2023.05.12 -
헌법재판관 지명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그리고 대통령 스스로 선정한 3인 모두 9인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근래 대법원장은 자신의 지명몫에 해당하는 재판관 중 1인으로 이석태변호사를 지명하였다. 이변호사의 인품이나 능력, 법적 소신 등을 나는 전혀 모른다. 그러므로 그 개인과 관련하여 지명에 문제가 있다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재판관을 3개 기관이 나누어 하게 하는 방식이면, 적어도 대법원장은 법적안정을 통한 헌법의 보호 등 사법부 이념에 따른 가치를 존중하여 재판관을 지명하여야 하지 않을까. 언론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염두'에 두고 지명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취지에 부합하는 재판관을 선정하는 몫은 오히..
2023.05.09 -
녹음
녹음기술이 발달하여 참 쉽게 대화가 녹음된다. 그러나 이를 몰래 함부로 녹음하는 것은 매우 비겁한 일이다. 고등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을 접견하여, 그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것은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후 대법원장이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 것을 보면(기억이 희미하였다는 변명을 하나 택도 없는 소리다), 오죽했으면 그 대화를 녹음할려고 하였을까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결국 대법원장 패! 그리고 대화내용에 의하면, '사표를 받아 탄핵을 못하게 하면 국회가 뭐라고 할지 모른다'고 하는 말, 이게 일국의 대법원장이 할 소리인가, 거듭 대법원장 패! (2021. 2. 9.)
202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