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본 교사의 이야기

2023. 3. 6. 11:30기타

어느 일본 교사의 이야기

 

1. 가끔씩 대한민국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상당수는 자녀교육에 대하여 이것은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끌려 다니며 교육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책당국자에게 욕을 하셨거나 이러한 현실에서 장차 내 자식은 어떻게 교육하여야 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셨을 것으로 짐작된다.

본인도 이미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고 현재는 고등학교 3학년생을 둔 학부형으로서 교육문제에 관하여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에는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하곤 하였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하여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라고 하면 글쎄요 라고 할 수밖에 없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책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저 웃기만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은 어느 일본 교사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일본에 파견되어 근무를 한 법원의 전 사무관이던 ‘ㅎ’씨로부터 들은 것인데 혹시 이 사무관님이 이미 어딘가에 글로써 남겼을는지도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해주고 싶은 터라 본인이 법조칼럼을 빌어 활자화 하고자 한다. 본인의 기억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좋은 이야기는 더욱 좋게 하려는 심정에서 그리된 것으로 보아 주시고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아니하고 글로서 작성하게 되는 점을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실 것을 ‘ㅎ’사무관님에게 부탁드립니다.

2. 이 사무관님은 5년간 일본에 파견근무를 명령받고 가족들과 함께 일본에 가시게 되었다. 당연히 일본어를 알지 못하는 자녀교육이 걱정되었지만 그대로 부딪쳐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자녀를 일본인학교(중학교로 기억이 됨)에 다니도록 조치하였는데 일본어를 모르는 자녀가 고전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은 사무관님의 자녀에 대하여 특별대우를 하였는데, 정식 수업을 마친 후에 개별적으로 일본어를 포함하여 소위 과외수업을 하여 주셨고 그 결과 자녀는 학교에 매우 빠르게 적응을 하였다.

사무관님은 그러한 노고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성의를 표시하는 것 자체가 선생님에게 누가 되고, 그러한 성의를 받아들일 리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으로만 고마움을 간직하다가 귀국을 하기에 이르러 집으로 선생님을 초대하여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하였다. 물론 선생님만 초대하여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명백하여, 학교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는 서운함을 달래려고 집에서 간단한 파티를 하기로 하고 이 자리에 선생님도 초대한 것이다.

선생님도 좋은 생각을 하셨다며 초대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말도 하셨다. 그러나 막상 파티가 있는 날 선생님은 오시지 아니하셨고, 친구들만으로 파티를 치르게 되었다. 다음 날 자녀는 선생님이 주신 편지를 들고 왔는데 거기에는 초대에 대하여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선생님도 파티에 참석하여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지만 만약 그 초대에 응할 경우 자신을 집으로 초대할 형편이 되지 아니하는 학생들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어서 초대에 응하지 못하였으니 이해와 용서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 편지를 본 사무관님은 저절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나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정신을 가지고 교육을 하는 선생님이 있는 일본을 우리가 어떻게 따라 잡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곤 전율을 느끼지 아니할 수 없었다고 한다.

3. 위 일본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를 교육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변호사들을 포함하여 그 어느 누구나 위 선생님과 같이 남을 배려하는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저절로 밝아지리라 확신한다.

-대한변협신문 2001.9.1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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