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제도란, 참

일반인들은 물론 법조인들의 오해 없기를 바라면서

혹시 법정 구경은? 그리고 재판은 받아보셨는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판사는 상대방에게 자꾸 증거를 대라며 친절하게 대화를 하고... 그러더니 느닷없이 상대방을 패소시켜 사람 놀라게 하고...

재판이란 뭔가? 간명하게 말하면 서로간의 분쟁을 제3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당연히 제3자에 대한 신뢰가 전제된다.

그래서 우리는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는 신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여도 적어도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는 능력은 갖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속된 말로 개떡같이 주장하여도 찰떡같이 판결하여 준다고 믿는다. 아무리 상대방이 연기를 잘하여도 그의 거짓을 꿰뚫어보고 나의 억울함을 충분히 헤아려줄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재판제도는 판사의 무식(거친 표현으로 비친다면 무지로 바꾸어도 좋다)을 전제로 한다. 소송법상 주장, 입증책임이라는 것은 주장하고 입증을 하여야 할 쪽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에게 불리한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리고 증거가 없다면 아무리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진실로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제도이다. 그러니 자신은 주장, 입증을 충분히 하였다고 생각해도 판사가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헛일이다.

그래서 송사에 휩쓸리게 되면 주장을 잘 정리하고 증거를 적절하게 제시함으로써 판사를 설득하여야 한다. 만약 판사를 설득하지 못하면 진실이 외면받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설득을 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지 이해를 하지 못한 판사를 탓할 일이 아니다. 무책임한 말 같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고 판사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진실과 다르게 나온 판결을 보면 재판제도를 이해하기 보다 판사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 그냥 불신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마도 상대방의 공작과 매수에 넘어간 것으로 확신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달리 진실을 꿰뚫을 좋은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여전히 재판제도는 지속되어야 한다.

사실을 모르면서도 판결을 할 수 밖에 없는 숙명, 그래서 끝없이 고뇌하는 판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도... 판사와 당사자 사이의 현저한 시각 차이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변호사의 업무는 고달프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