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판

2023. 5. 30. 11:34법조인

과거 법관 시절, 결론에 자신이 없는 사건을 고심 끝에 선고하고 나면 그 이후 결과가 궁금하여진다. 과연 당사자는 항소를 할까, 항소심에서는 결론이 유지될까 등...그러다가 당사자가 항소하지 않으면 내가 내린 결론이 정당하였구나 라며 만족해 했는데...

 

최근 어떤 행정사건에 대한 판결 결과는 나로서는 참 납득하기 어려웠다. 스스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당해 판결은 적어도 항소심에서 번복될 가능성이 6-70%는 되지 않는가 생각되었다. 의뢰인에게 그런 취지로 말하면서 항소를 권유하고, 항소심에서는 변호사를 바꾸어 만약에 내가 놓친 것이 없나 검토를 하게 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얼마뒤 의뢰인은 판결의 번복 가능성이 100%라고 볼 수 없다면 항소를 하지 않겠단다. 지금 판결에 승복하는 것과 나중에 항소심에서 패소하게 되는 경우 입게 될 피해 정도가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결국 항소를 포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맞다, 내가 과거 항소를 하지 않는 걸 보고 내 판단이 맞았다고 좋아했던 것이 얼마든지 오판일 수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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