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0. 11:04ㆍ법조인
실질적인 조정 업무를 한지 한달이 지난다.
판사처럼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서면으로 작성할 것도 아니다.
변호사처럼 결과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없고 크게 설명할 일도 없다.
그저 열심히 기록을 보고, 파악한 내용에 따라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그 결과를 허심탄회하게 정리만 하면된다.
이처럼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다니...
그런데, 가끔식 꼭 조정으로 끝내야 마땅한 사건인데, 당사자는 고집만 부리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오늘 역시 학력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쌍방이 모두 알만한 당사자들이 서로 고집을 부린다. 형제간에 그렇게 큰 금액도 아닌데 말이다.
'기본적으로 가족 사이에는 법에 우선하는 가족정서가 있다. 가족 사이의 양보는 양보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형제간의 다툼을 본 자녀들이 나중에 다시 본인들처럼 다투게 되는 것을 상상하여 보라. 그 결과는 바로 본인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그리고 진실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억지를 부린다고 하여도 그러한 형제를 둔 자신이 감당하여야 할 일이지 그를 갋아 같이 대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또다른 억지에 불과한 것 아닌가. 과감하게 모든 분쟁을 털어버리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라'고 권유하였다. 둘다 경청하는 듯하더니 바로 상대방 불의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형제 어느쪽이 정의이고, 불의에 속하는지 기록상 명백하지 않다. 그러므로 결국은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볼 뿐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마음은 도무지 없다.
며칠 전부터 어떻게 설득할지 고심하여 온 것이 무산되고 만다. 이렇게 허망하게 조정불성립으로 처리하고 나니 맥이 빠진다. 나에게 이렇게 조정에 이르게 하는 능력이 없단 말인가. 생각지도 못한 조정업무의 스트레스다.
'법조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판 (0) | 2023.05.30 |
---|---|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0) | 2023.05.30 |
눈물로 김달희를 보내며 (0) | 2023.05.30 |
유수호 변호사님이... (0) | 2023.05.26 |
사형에 관한 추억1 (0) | 2023.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