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7. 11:46ㆍ법조인
변호사도 이제 말하며 살자
1. 흔히들 말이 많은 사람을 보고 당신이 변호사냐는 핀잔을 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변호사는 말을 즐기고 말로서 한몫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조금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님을 시골 지원장으로 발령을 낸데 대하여 어느 판사님이 비판의 글을 썼다가 즉각 인사조치를 당한 사실이 있었다. 당시 말석의 판사이던 본인을 선배법관이 불러 ‘변호사라면 몰라도’ 판사는 말과 글을 아끼며 조심을 하여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럼 변호사는 말과 글을 아끼지 않아도 되는 자유직업인이란 말씀이렸다.
자유직업인!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모 후배변호사는 개업 이후의 소감을 묻는 본인에게 밖의 자유로운 세계를 동경하여 판사를 그만 두었으나 지나서 보니 방문 밖은 나왔는데 대문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여전히 울타리 안을 맴돌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결국 자유란 것이 허상이었다는 말인가.
우리 변호사들은 그간 뭔지 모를 피해의식에 움추려 들거나 그저 쫓기며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할 말 제대로 못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물론 책임이야 따르겠지만 변호사의 기본 속성은 자유롭게 말하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겠나. 이제 우리 말 좀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2. 공직에 있을 때는 몰랐으나 변호사로 개업하고 나니 국가권력의 뒷받침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는 선배 법조인의 자조적인 말을 실감하는데는 크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로 사소한 일일는지 모르지만 기록의 열람이나 복사에도 은혜를 베푸는 듯이 하는가 하면 접수창구에서의 무조건적인 보정요구와 함께 급기야는 접수를 거부하는 예도 드물지만 있다고 들었다.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업무집행으로 피해를 입고도 또 다른 피해를 예상하여 이제는 자신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미봉의 조치를 하지는 않았던가. 그저 끼리끼리 모여서는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분개하고서도 정작 정당한 절차에 의한 구제에는 소홀하지 아니하였던가.
3.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법조인에 대한 비판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고, 여전히 비난의 중심부에 서 있는 변호사들은 묵묵히 이를 감수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돈만 알고 있다. 허가낸 도둑이다. 탈세나 하는가 하면 도무지 사회에 봉사할 줄 모른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변호사 수는 적어야 한다고 우기는 작자들이다. 이러하니 변호사 수를 대폭 늘려 자유경쟁을 시킴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게 하여야겠다. 그리고 변호사에게는 법률적으로 공익활동을 강제할 수 밖에 없다라는 시각들.
과연 끝을 모르는 이러한 비판은 받아 마땅한 것인가. 그렇다면 이를 소극적으로 받아드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잘못을 시인하며 사죄의 말을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만약에 위와 같은 비판이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것이라면 마땅히 이를 지적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설사 이해를 시키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온다고 해도 설득의 노력을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언젠가는 오해가 풀리겠지 하면서 우리들이 묵묵히 기다리는 동안 정작 사태는 훨씬 더 악화된 것은 아닐까. 변호사를 선임하는 위임계약은 고도의 신뢰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는데도 이제는 의뢰인을 잠재적인 적으로 생각하여야 된다고 말들을 하고 있으니 사태악화란 정말 실감나는 일이다. 우리가 소홀히 한 설득 노력이 우리 업무를 얼마나 피곤하고 삭막하게 만들고 말았는가.
4. 이제 조금 더 눈을 돌려보자. 그 어떤 비판이나 질시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우리사회에서 변호사들이 혜택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덕을 본 만큼 당연히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그런데 사회가 변호사에게 진정으로 요구하는 봉사는 무엇일까. 요즘들어 논란되는 공익활동? 아닐 것이다. 적어도 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이야말로 변호사 본연의 기능이 아닐까. 국가기관은 과연 권력을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것은 아닌지, 사회단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집단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감시하며 만약에 그럴 경우 단호하게 고발할 때에 변호사도 이름에 맞는 대접을 받게될 것이다.
-대한변협신문 2002. 3. 25.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