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의뢰인

2023. 6. 1. 12:40법조인

1. 형사사건은 보통 힘은 덜 들지만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내게는 매우 소중한 분이 형사사건을 소개하셨다. 1심에서 법정 구속되었는데, 매우 억울한 경우란다. 그러면서 가족같이 생각하며 잘 처리해 주실 것을 부탁하신다.

 

2. '가족같이'! 그래 신뢰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할 뿐, 신경쓰는 일은 없도록 하자. 

당연히 의뢰인 및 관련자들에게 가족이 구속된 경우처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러니 믿고 맡기고,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설명이나 부적절한 요구를 하지 말것은 물론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일체 이의가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신경을 쓰지 않도록 변호사 보수도 통상의 1/3만 받았다.

 

3. 그런데 기록을 검토하니, 억울하다는 심정은 이해가 가는데 증거법상 헤쳐나가기 쉽지 않음이 확실하다.

이러한 설명을 충분히 하였다. 그리고 억울한 사정을 설명할 자료들을 수집하는데 힘을 쏟았다. 보통 다른 사건과 비교하여 자료수집에 훨씬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의뢰인 및 관련자들은 신경을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에 집착을 하며 나를 힘들게 한다. 그 심정을 알고 있는 터라 그러한 행동이 당초 약속과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기도 뭣하였다.

사건이 종결될 무렵에는 심지어 나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은 물론 항의까지 한다.

 

4. 결국 형사사건에서 신경을 쓰지 않으며 일를 하려던 내 생각은 잘못임이 드러났다. 신경쓰는 만큼 보수도 받지 않고서... 변호사 생활 15년에 겨우 이를 깨닫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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