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2023. 6. 1. 12:33법조인

최근 1일 5억원으로 노역장 유치한 퍈결에 대하여 황제노역, 향판의 문제 등 별소리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법이다. 법이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액의 벌금을 병과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둔 탓이다. 그런데도 이 본질부분은 누구도 말하지 않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탈세란게, 악의적인 탈세도 있지만, 별 생각없이 부주의하게 탈세의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탈세액을 전부 납부하면 관대한 처벌을 하는것이 당연하다. 본 사안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하였다던가, 주형이 집행유예로 된 것을 보면 짐작된다. 만약 실질적인 처벌의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자유형에서 실형을 선고하였어야 한다.

 

해당 재판부도 이런 입장에서 집행유예를 하면서도 그래도 벌금의 선고유예는 지나치게 피고인을 봐 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한 50일 정도는 노역장 유치를 당하던지 아니면 벌금을 내던지 정도로 판단을 했을 것이다.

 즉, 재판부는 검사의 선고유예 구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한 선고를 한 것이다(예를 들어 요즘 검사가 집행유예를 구형하였는데, 판사가 실형을 선고하였다고 치자. 아마도 판사는 두고두고 피고인의 원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향판으로 인한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사안의 경우 50일 정도가 노역장 유치일수로 적당하다고 판단되는데 벌금액수를 낮출 방법이 없으니 일당 5억원의 수치가 적용되고 말았던 것이다. 벌금 액수를 이렇게 탄력성없이 강제하여 놓은 문제는 도외시한 채 황제노역으로 몰아치는 것은 적정한 선고를 위한 판사의 고뇌를 너무나 무시하는 처사이다.

 

다시 돌이켜 해당재판부가 이렇게 비난받는 바처럼 진정 향판의 문제를 가진 재판을 하였다면(그래서 피고인을 봐 줄려고 하였다면), 아니 당시 거의 모든 재판부가 검사의 구형보다는 낮은 선고를 하는 관행에 따랐다면, 아마 거의 벌금형은 선고유예를 하였을 것이고, 그랬다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는 아예 발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미친 광란의 현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언론은 모르긴 해도 어느 정도 진실을 알면서도 이런 광란에 편승하여, 애써 진실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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