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능선

2023. 5. 30. 11:13취미생활

먼 옛날 어느 초여름에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능선을 따라 가며 본, 꿈결같던 철쭉의 향연. 그리고 아마도 겨울 언저리였지 싶은데, 하산길에 식사를 하려는데 손이 떨려 젓가락이 입으로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던 강추위. 이런 기억들을 새삼 일깨워주기에 기꺼이 한백산악회가 눈꽃산행지로 선택한 소백산 등산(2.14.)에 동참하였다.

차에 내려 비로사를 거쳐 비로봉 정상을 향할 때까지 다소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환호하였다. 일행에 짐이 되기 싫고, 적어도 산행 중에는 입도 쉬고, 귀도 쉬고 싶기에 일행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며 부지런히 정상으로 향하였다. 어느 지점 부터인가 아이젠이 필요하더니, 차츰 설화인듯 상고대가 나타나고...마지막 정상을 향하는 계단에 이르니 뿌연 안개인듯 희미하게 모습을 감춘 정상! 아픈 다리를 재촉하여 도착한 정상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눈조차 뜰수가 없다.

온몸이 추위로 오그라들지만 그래도 참고 인증샷을 한 후 도저히 뒤처진 우리 일행을 기다릴 수가 없어 이미 정상을 올라온 4명은 만나기로 예정한 대피소로 출발하였다. 아무리 추워도 이 눈보라 휘몰아치는 정상 부근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욕심을 부렸는데, 그런 사이 일행을 놓치고 말았다. 눈보라로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혼자서 대피소로 찾아간다는 것이, 그만 대피소를 통과하였고, 결국 천동쉼터까지 오고 나서야 일행과 떨어진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혼자 점심을 먹고 기다리다, 선두그룹 일행이 나타나매, 기다리며 차가워진 몸을 둘 수없어 다시 그들 일행을 꼬득여 부지런히 하산하니, 산 아래에는 포근하기 그지 없다.

쉬는 시간 포함하여 총 6시간 산행으로 소백능선 칼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나니, 자연의 힘에 다시한번 전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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