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춘천마라톤

2023. 5. 12. 11:35취미생활

어떻게 춘천마라톤에 간다고 하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계마회 회식 자리서 단체로 참가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우리 60회도 동참하자고 했다.

그래서 아마 자연스레 나는 풀코스로 낙착되었던 것같다.

그렇지만 풀코스는 무리란 생각에 밍그적거리다가 총무 연락에 입금을 하고 말았다.

은근히 걱정 되지만 여름 더위는 만만찮아 별 연습을 하지 못하였다.

9월이 되어서야 겨우 18km를 뛰어보고, 달서웃는얼굴마라톤 하프에서 처음 21km를 밟아봤다.

주말이면 골프를 하다보니, 훈련일 마련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훈련 예정일마다 비가 오거나 무슨 길흉사가 있어 연습을 못하게 한다.

결국 주말 짬을 내어 겨우 24km 뛰는 것으로 훈련을 마감하였다.

절대 연습 부족이다!

마지막 계마회에서 고동현 선배가 27km만 뛸수도 있다고 한다. 의암호 순환코스라 일단 들어가면 무조건 완주하여야 되는 줄 알았는데, 중간에 새는 길이 있다니... 무슨 핑계라도 있으면 무조건 새기로 하자. 날씨가 덥다든지, 잠을 못자 컨디션이 좋지 않다던지...

집을 나서면서 걱정하는 집사람에게 완주는 하지 않을거니 염려말라고 했다. 내 마음은 이미 중도포기였다. 그런데 하필 바로 전날 읽은 글 '인생에서 최악의 선택은 포기'라는 말이 어른거리고 있었으니...

전날 저녁부터 잠시 눈을 부치려 하였으나, 역시 소풍을 앞둔 날에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새벽 2시에 리무진 버스에 올라 편안히 춘천으로 간다. 그런데 이게 왠일? 버스가 난방이 되지 않는다. 모두 추위에 떨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꼴딱 밤을 새고 출발선에 섰다.

날씨가 쌀쌀하고, 약간의 바람, 그리고 구름 혹은 안개때문인지 몰라도 햇빛은 없다. 마라톤엔 최적의 날씨다. 그렇다면 일단 20km 가보고 중도 포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가면서도 무리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20km에 이르렀을 땐 2시간 12분 정도 지나고 있다. 샐수 있는 지점에 도착하여 새는 사람이 있나 살펴 보니 겨우 한두사람 뿐이다. 아직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그냥 가보기로 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오는 고통이 무엇인가를 이미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고통이 오기 전에 그를 예방하고자 의도적으로 1km 정도 뛰고 100여 걸음 걷는 방식으로 골인지점을 향한다. 그럼에도 38km부터는 발바닥마저 아프기 시작한다. 할 수 없다. 이젠 500m씩 끊는 방식으로 간다. 드디어 1km 남긴 지점! 우리 동료들이 응원나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성원을 봐서라도 이제부터는 마지막 힘을 다해 걷지 않고 달려야지. 마치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인 것처럼..약간의 미소를 띄면서 말이다.

드디어 골인! 얼핏 시간을 보니 출발한지 4시간 52분을 넘긴것 같다. 이제껏 내 기록 중 최저다. 그렇지만 이렇게 연습을 하지 않고도 완주를 하다니...나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여겨진다(사실은 무모한 도전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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