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7. 14:35ㆍ취미생활
수학여행 가서 산 언저리를 돌다가 온 정도였다. 그래서 등산 이야기가 나오고 설악산이 나오면 괜히 기가 죽었다. 아아, 대청봉! 설악! 명색 등산꽤나 했다면서 아직 가질 못했다니.
한백서 설악을 계획할 때 과연 군사를 모을수 있을까 염려되었지만 나로선 적극 찬성이다. 혹시 일행에게 폐가 될까 1주전에 대덕봉 가는 것으로 준비도 하고 가슴 설레며 출발을 기다린다. 잠자리 가리는 나로서는 당연히 밤을 새겠지만 그래도 무슨 문제랴, 설악이 기다리는데..
밤11시 조금넘어 소수정예 10명과 대구를 출발하여 2시에 홍천을 나와 잠시 휴게소 들르고 4시에 오색에 도착하니 아직 깜깜한 밤이다.
잠시 준비운동을 하려는데, 식은 땀과 현기증. 밤을 세웠더니 속이 허한가 보다.
일행들이 서두르매 스마트폰 플라시 2개에 의존하여 더듬거리며 올라간다. 이거 이러다 밧데리 나가서 사진을 못찍으면 큰일이잖아. 그런데 조금 뒤미처 헤드랜턴 군단이 올라온다. 잠시 머뭇거려 그들 랜턴에 의존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땀이 비오듯 한다. 이야, 이 새벽에 이렇게 덥다면 오늘 산행은 큰일났다 하는데 어느새 부옇게 날이 밝아온다. 이제 헤드랜턴 군단과 헤어지고 제1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얼마간 더 올라가다보니 벌써 저 멀리 산아래 자욱한 안개가 보인다. 얼핏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구름 풍경? 신선의 경지? 멋대로 상상하며 보니 의외로 공기가 맑고 투명하다.
그래, 저 안개 때문에 산 초입에서 그렇게 땀을 흘렸구나! 이제 오르막 돌길로 힘은 들지만 무덥지는 않다. 씩씩거리면서도 발은 한결 가볍다. 그곳이 설악폭포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고, 그러다보니 능선길이 나타난다. 아니었다, 방향만 선회한 것이지 여전히 가파른 오름길. 쉬기도 하고 주위도 둘러보고 하는 사이 나무들이 사람 키만해진다.
7시 40분경, 드디어 정상이다. 표지석은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야 된다. 이른 아침에 참 많이도 왔다. 대청봉에서 본 설악의 풍경은 글과 사진으로는 어림없다. 부지런히 주위를 돌러보고, 다시 둘러본다. 눈으로 꼭 찍어두고, 마음으로도 새겨둔다. 동양화 풍경화가 상상의 그림이려니 하였던 것이 이제와 보니 그 화가들이 설악을 다녀갔나 보다. 이제 내려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한시간 이상 지체하였다.
이제 서북능선을 따라 한계령으로 내려가면 된다. 7.7km지만 능선길이니 쉽게 가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정말 '악' '악' '악'이다. 잠시 편한 길도 있지만 조금만 한눈팔면 다치기 십상인 바위길의 연속이다. 속도를 늦춘다. 그냥 늦추면 심심하니 꽃이나 살피며 가기로 한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가다보니 드디어 한계령으로 가는 갈림길, 이제 2.5km만 남았다. 하산길이니 힘이 들리는 없고 조심만 하면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데, 이런! 다시 가파른 오르막. 이렇게 속고 또다시 속으며, 하산을 완료하고 나니, 역시 설악은 그 길 모두가 한편의 파노라마로 스치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산행이다.
건강 문제로 술을 삼가던 터였지만, 이 오랜 숙제를 푼 기분을 만끽하느라, 가는 길엔 자야한다는 핑계로 과음하고선 버스를 타고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고나니 대구이다. 이렇게 2013. 6. 8. 설악산 산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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