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명의료결정법' 초안 마련

2023. 6. 2. 13:57기타

복지부, 내년 2월 국회 제출

 한 해 동안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사람이 3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러한 관행을 바꿀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 초안이 공개돼 주목된다. 지난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으로부터 촉발돼 논의가 지속돼 온 연명의료 결정에 대해 16년만에 제도화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오후 '연명의료 환자 결정권 제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초안'을 공개했다.

 

 연세대 손명세 보건대학원장은 "환자가 자기의 의지에 따라 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당하던 죽음에서 이제는 맞이하는 죽음으로 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죽음에 대한 국민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을 통해 존엄하게 죽겠다고 서약한 사람만도 1만여 명에 달한다.
 

 정부가 법률 초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분위기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내년 2월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해 상반기에 통과되면 실무 준비를 거쳐 2015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연세대의대 이일학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연명의료결정법안은 우선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환자의 명시적 의사, 의사 추정, 대리 결정에 따라 임종을 앞둔 환자의 특수연명치료를 중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 초안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여러 가지 사안을 심의하는 국가의료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병원에는 연명의료와 관련해 의사 결정을 하는 병원윤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연명의료 중단 대상은 희생가능성이 없고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하는 임종기에 있는 환자로 규정했다.
 

 중단 의료행위는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다. 환자 의사 확인 장치로 사전의료의향서 등을 공식문서로 간주한다. 의식 불명에 빠지기 전에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표시한 문서다. 의사와 같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도 마찬가지 효력을 갖는다. 이런 문서가 없으면 가족을 통해 연명의료와 관련한 환자의 평소 언행을 추정한다. 이마저도 없으면 가족 전원 합의로 대리결정한다. 법률안은 벌칙 조항을 넣어 강제력을 부여했다.
 

 연명의료 중단 상담 절차 이행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사전의료의향서를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특히, 의견 불일치가 있거나 법정대리인·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로 연명의료 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뇌사의 경우에는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단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사안은 범부처 기구인 국가의료윤리위원회에서 심의토록 했다.
 

 연명의료 책임면제와 관련해 이 교수는 "연명의료중단 등의 이행과정에 참여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에 대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한 민사 또는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미국의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연명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할 경우 이에 선의로 참여하는 의료인, 의료기관, 개인은 다른 과실이 없는 한 민·형사적 책임이나 직업적 제재로부터 면제받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명의료 상담제공기관에 대한 △연명의료관련 상담수가 개발 △연명의료상담을 환자본인부담 서비스로 개발 △연명의료상담 내역보고 건별 지원 △연명의료관련 시설비 지원 △연명의료관련 상담사 인건비 지원 △병원인증평가에 연명의료관련 상담제공 여부 포함 등의 지원 방안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사전의료의향서 상담수가, 연명의료계획 작성상담 수다, 연명의료계획 결정상담수가의 비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연명의료관련 상담수가 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의사협회·의학회·국회 등이 나서 존엄사 입법화를 시도해왔지만 종교계·윤리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법률 초안은 사회적협의체·국가생명윤리위원회 등의 논의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쳤기 때문에 종전과는 다르다. 미국은 197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가 자연사법을 만들어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하고 있다.

의학신문사 -홍성익 기자, 2013. 11. 2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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